16년째 함께 사는 사이

16년을 함께한 우리 집 애마, 이제 보내줄 때가 됐나 봅니다

2010년식 제네시스 BH330, 21만 8천 km를 달린 우리 가족의 자동차 이야기

우리 집에는 올해로 16년 된 자동차가 한 대 있다.

2010년식 제네시스 BH330.

요즘 기준으로 보면 꽤 나이가 지긋한 자동차다. 사람으로 치면 아직 청소년인데 자동차로 치면 벌써 원로급이다. ㅋㅋ

그런데 참 이상하다.

오래됐으니 이제 바꿀 때도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보내려고 하니 괜히 아쉽다.

16년 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자동차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일까.

그때는 정말 멋진 차였다

2010년, 처음 제네시스를 만났을 때만 해도 정말 좋았다.

문을 닫으면 바깥 소음이 뚝 끊기는 듯했고, 승차감도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실내도 넉넉했고 뒷좌석에는 TV까지 있었다.

게다가 CD 체인저는 무려 6장짜리!

지금이야 휴대전화 하나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는 시대지만, 그때는 자동차에서 CD 여섯 장을 바꿔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법 근사했다.

그런데 그 훌륭한 CD 체인저의 운명은 조금 엉뚱하게 흘러갔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차에서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만 나왔다.

그것도 한두 해가 아니다.

십 년 넘게 해리 포터를 틀었으니 이제는 CD가 돌아가지 않아도 대사를 외워서 재생할 수 있을 지경이다. ㅋㅋㅋ

요즘은 아예 틀어본 지도 오래됐다.

아직 작동하려나?

어쩌면 우리 집 제네시스보다 해리 포터가 더 오래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1만 8,487km, 아직도 잘 달린다

얼마 전 계기판을 사진으로 남겼다.

218,487km.

와, 숫자로 보니 새삼 대단하다.

21만 km가 넘도록 우리 가족을 태우고 여기저기 달렸다.

그동안 엔진이나 미션에 큰 고장이 없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건 남편의 공이 크다.

남편은 운전을 참 조심스럽게 한다. 차 관리도 꼼꼼하다.

급하게 몰아붙이기보다 살살 달래 가며 운전하는 사람이다.

덕분에 우리 제네시스는 16년이 지난 지금도 엔진과 미션만큼은 든든하다.

물론 자동차 전체가 멀쩡하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우리를 가장 괴롭힌 건 에어쇼바였다

아, 에어쇼바!

이 녀석 이야기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처음에는 참 좋았다. 승차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러웠으니까.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에어쇼바가 몇 번이나 말썽을 부렸다.

터질 때마다 수리하고, 또 수리하고.

차는 잘 달리는데 쇼바 때문에 정비소를 드나들어야 했다.

얼마 전에도 쇼바 때문에 정비소에 갔는데, 우리 차와 같은 제네시스 한 대가 들어와 있었다.

그 차는 아예 에어쇼바를 스프링 쇼바로 바꾸고 있었다.

그것도 몇백만 원을 들여서!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저렇게 바꾸는 방법도 있구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 차에 지금 그만한 돈을 더 들이는 게 맞을까?’

자동차를 오래 타다 보면 참 어려운 순간이 온다.

고쳐서 더 탈 수는 있다.

그런데 계속 고치는 게 과연 경제적인 선택일까?

정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름은 또 얼마나 잘 먹는지!

우리 제네시스의 평균 연비를 듣고 웃음이 터졌다.

평균 연비 4.3km/L.

계기판을 보는 순간 불스원샷 광고가 떠올랐다.

“너 기름 너무 먹는 거 아니냐?”

우리 제네시스도 대답할 것 같다.

“어쩔 건데?”

……16년이나 함께 살았더니 차도 배짱이 두둑해졌다.

물론 주행 환경에 따라 연비는 달라지겠지만, 계기판에 찍힌 평균 연비가 4.3이라니.

요즘 하이브리드 자동차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괜히 부러워지는 이유다.

렉서스 하이브리드는 시내에서 20km/L 정도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모델과 운전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차와 비교하니 숫자부터 너무 달랐다.

4.3과 20.

이쯤 되면 자동차를 바꾸는 게 아니라 주유소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ㅋㅋ

그래도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

자동차가 오래되면 작은 불편도 하나둘 생긴다.

우리 제네시스는 스마트키로 문을 잠글 수는 있는데, 열 때는 말썽을 부리기도 한다.

참 묘하다.

잠그는 건 되면서 여는 건 왜 안 되는 걸까?

차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건가 싶다. ㅋㅋ

그래도 주차장에 세워진 모습을 보면 아직 제법 멋있다.

검은 차체에 반짝이는 크롬 장식, 커다란 그릴, 제네시스 엠블럼.

얼마 전 사진을 찍으면서 차를 한 바퀴 돌아봤다.

앞에서 한 장, 옆에서 한 장, 뒤에서도 한 장.

그동안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했으면서 정작 자동차 사진은 별로 남겨두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찍었다.

언젠가 이 차가 우리 곁을 떠나더라도,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겠지.

이제 렉서스를 생각한다

사실 요즘 우리 부부는 새 차를 고민하고 있다.

관심이 가는 차는 렉서스 하이브리드다.

제네시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다.

특히 연비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차를 고르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조용한지, 승차감은 어떤지, 오래 타도 편안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잘 맞는 차인지.

16년 동안 익숙해진 제네시스의 느낌이 있으니 새 차를 타면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될 것 같다.

전기차를 시승하면서 멀미가 신경 쓰였던 경험도 있어서, 이번에는 승차감을 더 꼼꼼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새 차가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닐 테니까.

16년, 참 좋은 시간이었다

아직 제네시스를 보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새 차를 알아보기 시작하니 마음은 벌써 조금씩 작별을 준비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자동차는 참 신기한 물건이다.

처음에는 그저 이동하기 위해 구입하지만, 오래 함께하다 보면 가족의 일상과 추억이 차곡차곡 쌓인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누구를 태웠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모든 시간을 함께한다.

우리 집 제네시스도 그랬다.

에어쇼바 때문에 속을 썩이고, 기름은 실컷 먹고, 이제는 스마트키까지 자기주장이 강해졌지만.

그래도 16년 동안 참 잘 달려줬다.

21만 8,487km.

이 숫자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이제 새로운 자동차를 생각하면서도, 오래된 제네시스가 괜히 더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다.

고생 많았다, 우리 집 애마.

아직 작별 인사를 할 때는 아니지만.

16년 동안 참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렉서스를 알아보면서 느낀 점과 시승 이야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16년 된 제네시스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넘어가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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