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동 똑순이네 우렁쌈밥, 돈가스보다 만족스러웠던 13,000원의 행복
어젯밤에는 13,000원짜리 돈가스를 먹었다. 맛있었다. 분명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오늘 점심에 먹은 13,000원짜리 쌈밥은?
완승이다. 쌈밥의 압도적인 승리!
오랜만에 오빠와 인천 가정동 똑순이네 우렁쌈밥에 다녀왔다. 예전부터 종종 가던 단골집인데 한동안 뜸했다.
역시 오랜만에 먹어도 맛있다.
13,000원에 이 정도면 훌륭하지!

우리가 먹은 메뉴는 제육쌈밥. 1인분에 13,000원이다.
제육볶음에 우렁쌈장, 된장찌개, 여러 가지 반찬과 쌈 채소가 나온다. 밥도 그냥 흰쌀밥이 아니라 흑미가 들어간 밥이다.
나는 이런 밥이 좋다. 왠지 더 잘 챙겨 먹는 기분이랄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쌈 채소다.

상추나 깻잎 정도만 나오는 게 아니라 당귀도 있다.
나는 당귀, 깻잎, 고수처럼 향이 강한 채소를 무척 좋아한다. 특유의 향이 입안에 퍼지는 게 좋다.
반면 오빠는 깻잎만 먹는다.
우리 부부는 음식 궁합이 참 잘 맞는다.
나는 향채소를 좋아하고 오빠는 별로 안 좋아한다. 나는 많이 먹고 오빠는 적게 먹는다.
이보다 더 좋은 음식 궁합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우리 엄마는 어릴 때부터 음식 남기면 벌받는다고 하셨다.
나는 지금까지도 엄마 말씀을 아주 충실하게 지키며 살고 있다. ㅋㅋㅋ
쑥과 쑥갓은 같은 식물인 줄 알았다

쌈 채소가 부족하면 셀프 코너에서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가보니 쑥갓도 있었다.
쑥갓을 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나는 한때 쑥과 쑥갓이 같은 식물인 줄 알았다.
쑥은 산이나 들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것이고, 쑥갓은 사람이 밭에서 재배한 쑥인 줄 알았던 거다.
이름도 비슷하잖아?
나름대로 그럴듯한 논리였는데, 알고 보니 서로 다른 식물이란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건가? ㅎㅎ
제육볶음은 역시 쌈에 싸 먹어야 제맛!

쌈밥집에 왔으니 제육볶음을 빼놓을 수 없다.
쌈 채소 위에 밥을 올리고, 제육볶음 한 점에 마늘까지 얹으면 한 쌈 완성이다.
나는 이렇게 이것저것 넣어 크게 싸 먹는 걸 좋아한다.
입안 가득 채소 향이 퍼지고 제육볶음의 양념 맛이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맛도리!

상추에 싸 먹어도 맛있고, 배추에 싸 먹어도 맛있다.
특히 배추는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다.
이렇게 쌈을 하나씩 만들어 먹다 보면 밥 한 공기가 금방 사라진다.
우렁쌈장은 조금 짜다. 그래도 맛있다

똑순이네 우렁쌈장에는 우렁이가 들어 있다.
다만 내 입맛에는 쌈장이 조금 짜다.
제육볶음에 우렁쌈장까지 한 쌈에 넣으면 짠맛이 꽤 강해진다. 그래서 나는 제육과 우렁쌈장을 따로 먹는 편이 낫다.
사실 우렁쌈장 맛만 놓고 보면 부평의 오구당당이 더 좋다.
그곳도 블루리본 맛집으로 알고 있는데, 우렁쌈장에 견과류도 들어 있고 무엇보다 짜지 않다. 내 입맛에는 오구당당 쌈장이 훨씬 맛있다.
오죽하면 쌈장만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집에서 먹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쌈장 주문하고, 쌈 채소 사고, 고기 사고, 고기 굽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어라?
이렇게 먹으면 13,000원보다 돈이 더 들 것 같은데?
노동력까지 계산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냥 부평에 갈 일이 있으면 오구당당에서 먹고, 평소에는 가까운 똑순이네에서 먹는 게 낫겠다.
남이 차려주는 13,000원짜리 한 상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ㅋㅋㅋ
된장찌개는 구수하고, 오빠의 대답은 달콤했다

오늘 특히 맛있었던 건 된장찌개다.
집된장을 쓰는 걸까? 된장 특유의 구수한 맛이 아주 좋았다. 내 입맛에는 정말 최고였다.
한 숟가락 먹고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 된장찌개 맛있지?”
“응, 이것도 괜찮은데 난 네가 해준 된장찌개가 더 맛있어.”
“합격!!!”
ㅋㅋㅋㅋㅋ
이런 대답은 언제 들어도 좋다.
게다가 진심으로 하는 말 같았다. 아니, 나는 진심이라고 믿는다.
내 귀에 캔디.
된장찌개도 맛있고, 오빠의 대답은 더 맛있었던 점심이었다.
오랜만에 왔더니 임영웅도 다녀갔나 봐?
식당 벽에는 임영웅과 사장님이 함께 찍은 사진도 걸려 있었다.
어머, 임영웅도 여기 왔다 갔나 봐?
오랜만에 왔더니 이런 사진도 생겼다.
단골집에 왔다가 뜻밖의 구경거리까지 발견했다.
딱 하나 불편한 건 주차, 그리고 아까운 900원
맛있게 먹고 나왔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똑순이네는 재래시장 근처에 있어서 주차가 쉽지 않다.
우리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식당에서 주차권을 주기 때문에 별걱정 없이 식사를 마쳤다.
그런데 출차할 때 문제가 생겼다.
기존 마그네틱 방식의 주차권을 받았는데, 주차장 시스템이 바코드 방식으로 바뀌어 사용할 수 없었던 거다.
결국 주차비 900원을 냈다.
아까비!!!
900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주차권까지 받아놓고 돈을 내니 괜히 아깝다.
앞으로 방문하실 분들은 식당에서 받은 주차권이 현재 주차장 시스템에서 사용 가능한지 미리 확인하시면 좋겠다.
같은 13,000원인데 만족도는 이렇게 다르다
어젯밤 먹었던 돈가스도 맛있었다.
하지만 오늘 먹은 쌈밥은 그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향긋한 쌈 채소를 마음껏 먹고, 제육볶음에 흑미밥, 구수한 된장찌개까지 먹었으니 배도 든든하다.
오빠도 건강식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이라 더 좋다고 했다.
우렁쌈장이 조금 짜고 주차가 불편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 집을 다시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맛있고, 푸짐하고, 한 끼 잘 먹었다는 기분이 든다.
어제의 돈가스도 맛있었다. 하지만 같은 13,000원이라면 오늘의 쌈밥에 한 표!
주차비 900원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까비~! ㅋㅋㅋ